2012년도_입선_[응용열역학]_노승탁교수
기계공학과_이성엽
2011년 가을학기 에너지공학이라는 과목을 통해 처음 뵙게 된 노승탁 교수님의 수업을 찾아 2012년 1학기에 응용열역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하였다. 기계공학과 학생이라면 2학년 1학기에 누구나 들어야하는 열역학(전공필수과목)을 이 수업에서는 보다 심화하여 배울 수 있다.
조금은 철학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열역학 수업을 응용열역학에서는 수학적으로 접근해보게 되고 열역학 수업에서 다루지 않고 넘어간 Maxwell 방정식, 건공기/습증기, 엑서지, 형성엔탈피 등을 다룬다. 이 수업은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적절한 과제 몇 개와 3번의 시험으로 운영된다. 사실 이 교수님의 수업은 다른 수업과는 조금 다르다. 응용열역학이라고 해서 대단히 어려운 것을 다룰 것이라 생각했지만, 처음 3~4주 동안은 정말 기초적인 열역학적 지식을 다룬다. 기초적인 열역학적 지식에 앞서서는 정말 기본적인 수학적 지식도 다룬다. 응용열역학 수업뿐만 아니라 에너지공학 수업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하셨다. 항상 3~4주는 기본적인 내용을 언급하시고 이후에 진도를 나가신다. 같은 내용을 반복한다고 느껴 때로는 지겹다고 느낀 적도 있다.
그리고 항상 반복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나도 잘 몰라.. 그냥 내가 조금 더 먼저 공부한거지 뭐.. 같이 한번 공부해보자’라는 말이다. 아니.. 나도 잘 모르는데 무슨 수업을 하신다는 거지.. 라고 속으로 생각한 적도 있다. 사실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계공학부 학생들에게 ‘어떤 과목이 가장 어렵고 힘드냐?’라고 묻는다면 아마 절반 이상은 열역학이라고 답할 것이다. 나 역시 그 과목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하지만 노승탁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내 관심 분야는 열역학 쪽으로 바뀌어졌고, 결국엔 열역학 분야로 진학하게 되는 값진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응용 열역학 수업은 내가 수강한 과목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수업이다.
교수님은 항상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줄지 고민하신다고 한다. ‘어떤 예시를 들어줄까’, ‘어떤 과제를 내줘야 잘 이해할까’, ‘어떤 시험문제를 내야 학생들이 이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신다고 한다. 고민만 하시는 게 아니다. 실제 수업은 너무나 좋은 예시들로 가득하다. 한번은 발전기 구성 요소 중 하나인 터빈을 설명하시는데, 그 터빈 블레이드 하나를 직접 구해오신 적도 있다. 이론으로만 공부하면서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구성 품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실제로 보여주신 경우가 많다. 학생들을 위한 마음이, 그리고 수업에 대한 교수님의 열정과 사랑이 느껴지는 수업이었다. 가르치고 계신 열역학을 너무나 정확히 이해하고 계시지만, 교수님은 다른 교수님들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신다. 나를 비롯한 수강생들은 수업시간에 임하는 교수님의 태도 앞에서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A+이란 학점을 위한 노력보다 그 수업에 흥미를 느껴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늘어갔다. 그리고 가장 멋지게 기억에 남은 수업이 되었다.
평소 존경해오던 지도교수님과의 상담이 있었던 날, 지도교수님이 최근 재밌게 듣고 있는 수업이 뭐냐고 물으셨다. 나는 응용열역학이라고 대답했다. 누가 가르치시냐고 물으셨을 때 노승탁 교수님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지도교수님은 ‘나도 학부 때 그분께 열역학을 배웠다. 정말 학생들을, 수업을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정말 많이 알고 계시지만 늘 겸손한 분이시다. 나 역시 정말 존경하는 분이시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 동안 교만했던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응용열역학을 다시 듣고 싶은 명 강의로 뽑은 이유는 단지 열역학적 지식을 잘 배웠기 때문이 아니다. 내 자신의 삶을 반성할 수 있는 귀중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항상 같이 공부해보자고 하신다. 사실 우리는 그분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입장, 신분이 될 수 없었다. 교수님은 열역학을 50년 동안 공부하셨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하신다. 난 열역학을 2년 동안 공부했다. 그리고는 마치 다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 부끄러움을 느끼며, 나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한 학기의 수업이 끝났다. 나름 괜찮은 학점을 받았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난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다.
교수님의 방식대로 다시 처음부터, 더 기초부터, 더 기본부터, 더 바닥부터 다시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내 머리를 자극했다. 이러한 공부 방법은 새로운 것을 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준비하고 있던 대학원 심층면접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지금도 나는 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아주대학교와 교수님께 너무나 감사하다.
이제는 그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제야 겨우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잘 몰라.. 그냥 내가 조금 더 먼저 공부한거지 뭐.. 같이 한번 공부해보자’라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겸손함이 나를, 학생들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수업에 대한 교수님의 값진 열정이 학생들을 뛰게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나 역시 좋은 교수님의 좋은 수업 덕분에 원하는 곳으로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수업을 꼭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생활을 마치고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는 전환점에서 교수님의 수업을 떠올려본다. 가르치시려는 모습을 넘어서, 늘 배우고 공부하려고 하시는 교수님의 겸손함에 오늘도 나는 끊임없이 배우기 위해 힘쓸 수 있는 귀중한 힘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