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_우수상_[기업과 정신과 경영]_윤천석 교수
제목: 작은 날갯짓이 만들어낸 나비효과 사실 에세이의 두 가지 주제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꽤 고민했다. 처음엔 윤천석 교수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하고 싶어 교수님 소개 글을 쓰려 했지만, ‘기업가 정신과 경영’을 가르치신 윤천석 교수님에 초점을 둔다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더 명확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이번 2학기 중 최고의 명강의였던 윤천석 교수님의 ‘기업가 정신과 경영’이란 수업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처음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특이한 수강평 때문이었다. 이 수업에 대한 수많은 수강평 중 공통적으로 언급된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발표’라는 단어였다. 이 수업은 참여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외향적이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힘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보고 오히려 더 이 수업이 듣고 싶어졌었다. 사실 나는 외향적이지만 영어 스피킹에는 굉장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혹시 이 수업을 듣게 된다면 영어 스피킹 실력이 늘지 않을까?‘라는 부푼 기대와 가벼운 생각으로 수강신청을 했다. 9월에 개강을 하고, 이 수업의 OT가 진행되었다. 난 아직도 그 OT가 잊혀지지 않는다. 원어 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전에도 있었지만 전체 수강생 중 거의 절반이 외국인인 수업은 처음이었고, 수강평 대로 참여형 OT를 진행했는데,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하는 외국 학생들, 대체 어디서 스피킹을 배웠을까 궁금해질 정도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몇몇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나는 기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이제야 말하지만 사실 나도 내 소개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차마 ZOOM의 마이크를 킬 순 없었다. OT가 끝나고 든 생각은 ‘와 망했다’라는 생각뿐이었고, 항상 어디 가서 기죽는 성격도 아니고 자신감도 넘친다고 스스로 생각해왔는데 ‘내가 정말 그랬었나’라는 살짝의 의심까지 들었다. OT의 영향 때문인지 두 번째 수업 땐 꽤나 긴장했던 것 같다. ‘이번엔 진짜 발표 해야 되는데..’ ‘근데 아무 말도 못 하면 어떡하지?’ ‘번역기 미리 준비 해놔야겠다’ 수업이 시작하고 역시나 교수님께서 어김없이 참여의 장을 만드셨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셨고 외국 학생과 한국 학생에게 번갈아가며 발표할 기회를 주셨는데, 한국 학생 발표 차례에서 아무도 발표를 하지 않아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답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단지 그것을 나의 하찮은 영어 실력으로 말해야 하는 게 문제였다. 줌에선 적막이 흘렀지만 내 머릿속은 아수라장이었다. ‘발표해? 말아? 해? 말아? 해? 말아?...’ 그때의 심장박동 소리가 귀까지 들렸던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만약 그때 발표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에세이를 쓸 날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심각하게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ZOOM의 마이크를 켰다. 발표를 하기 전 나의 영어실력을 미리 공개하는 게 덜 민망하겠다 싶어 “Oh,, actually,, I’m not good at speaking in English,, but I’ll try”라고 수줍게 말했다. 그때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한 학기 내내 내 머릿속에 맴돌았고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영어 못 해도 괜찮아. 아무도 너의 영어 실력을 판단하지 않아.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아무도 하지 않는 지금 이 상황에서 네가 마이크를 키고 말을 했다는 거야.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넌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거야” (영어로 말씀하셨지만 번역은 힘들다.) 난 그때 교수님의 말씀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고 주책맞게 살짝 울컥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Thank you”라고 밖에 말하지 못 한 내 영어 실력이 한스럽기까지 했다. 이후에 이 수업에서 나는 많은 발표를 했고, 수업을 정말 진심으로 즐겼다. 그러던 중 나에게 잊지 못할 좋은 기회가 찾아왔었다. 독일식 맥주로 홍보하며 지난해 문을 연 한 로컬 수제 맥주 회사가 독일계 학생을 초청해 자사 맥주가 정통 독일 맛인지 검증을 제안했다. 마침 아주대 모바일 방송국(AMON)의 지도 교수이신 윤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지원자가 있느냐고 물었고 2명의 독일계 학생이 손을 든 것을 본후 며칠 뒤 나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사실 처음엔 가겠다고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수업 때는 영어 문장을 구상할 시간과 번역기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서 괜찮았지만 이번엔 그런 것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될 텐데 ‘과연 내가 외국인들과 마주 보며 프리토킹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걱정 아닌 걱정을 하던 중 타이밍 좋게 교수님께서 걱정할 필요 전혀 없다는 격려를 해주셨고 나는 또 용기를 내어 ‘좋아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합류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미시간대학에서 공부하신 대표님과도 영어로 대화하며 수업 시간에 토론한 피터 드러커의 이론이 실제 경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검증할 기회도 가졌다. 그리고 수제 맥주 생산현장 견학은 물론 맥주도 시식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살아있는 공부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아주대에서 가장 의미 있던 순간이 언제였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날을 말할 것이다. 또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만약 겁이 나서 이번 일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내가 만약 애초에 두 번째 수업 때 타이밍을 놓쳐 발표를 하지 못했다면 과연 나에게 이런 기회가 왔었을까?’ 결론은 나의 작고 사소한 선택과 도전들이 모여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학기에 대학의 이상적인 수업을 경험했다. 정말 놀라운 건 이 수업에 대한 결과이다. 학점뿐만 아니라, 수강신청 할 때 ‘이 수업 들으면 영어 스피킹 실력 오르겠는데?’라고 생각했던 나의 근거 없던 기대를 얼떨결에 충족시키게 되었다. 이 수업의 핵심 진행 방식인 참여형 수업 덕분에 비대면임에도 불구하고 발표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고 외국인 교환학생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다. 2학기는 정말 영어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따로 스피킹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고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제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버킷리스트에 있는 유럽여행도 혼자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겨울방학 때 공부를 많이 해서 보다 더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했던 2학기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지금 글을 쓰면서도 대학교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 왜 아주대에 다니고 있지?‘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이 과연 학점이 전부일까?‘ 나도 모르게 잊어갔던 사실들을 되새기고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수업에서 A+ 보다 더 큰 가치를 얻어 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수업을 진행하신 윤천석 교수님께 가장 감사한 것은 나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 주셨고 지식의 축적뿐만 아니라 내적 성장까지 시켜주셨다는 것이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분명히 OT나 두 번째 수업 때처럼 심장이 쿵쾅대며 망설이는 순간들이 또 올 것이다. 나는 그때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씀들을 떠올릴 것이고 또다시 용기를 낼 것임이 분명하다. 작은 시도일지언정 이것은 훗날 나에게 큰 자산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작은 호기심으로 신청했던 이 수업은 내 삶에 큰 의미를 가져다주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작은 날갯짓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