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_우수상_[인공지능의 이해]_서주영 교수
제목: 샐리의 법칙(Sally’s law) 우연이었다. 이 강의를 수강하게 된 날은 놀랍도록 우연한 불행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던 하루였다. 사실 처음에는 이 강의를 듣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고, 애초에 [인공지능의 이해]라는 과목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근데 하필이면 이날, 알람보다 10분 늦게 일어났다. 노트북은 고장 나서 집 앞 피시방으로 향해야 했으며, 그날따라 왠지 집중이 되지 않아서 평소엔 사용하지 않던 헤드셋을 귀에 걸치고 노래를 들었다.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기껏해야 5분씩 흐르는 바람에 마음 놓고 휴대폰에 한눈을 팔고 있던 게 문제였을까. 어느새 확인해 본 시계는 붉게 물들어, 수강신청까지 겨우 4분 남았음을 강렬하게도 전달했다. 급하게 정신 차리고 비장한 태세로 수강신청에 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원하는 과목은 겨우 2개 성공했고, 나머지는 전부 실패였다. 그러나 좌절할 시간은 없었다. 멈칫하는 사이에 다른 괜찮은 과목들을 다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여러 강의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빠르게 스크롤을 넘기며 열 몇 개의 강의들을 급하게 훑었다. 그러다가 [인공지능의 이해]를 발견하고 손을 멈췄다. 마침 [컴퓨터와 인간] 과목을 이번 학기에 들어야 하기도 하고, 또 복수전공을 어떤 과로 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던 중에 앞으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컴퓨터 관련 과목을 듣는다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수강번호를 치고, 신청에 성공했다는 팝업창이 뜨는 순간 소리없이 환호했다. 어쩌다 보니 강의명만 보고 고르게 된 과목이었지만, 이후 천천히 강의계획서를 읽어보며 운명을 느꼈다. 재미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시험이 없었다. 강의 첫날, 교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필고사는 보고서와 발표로 대체될 것이라고. 속으로 마냥 좋아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은 덧붙이셨다. ‘시험이 없는 이유는 배운 내용을 단순히 시험을 통해 O, X로 평가하는 것은 이 강의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이해] 과목은 시험을 통해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지식을 통해 훗날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중간, 기말 지필고사가 없다는 것에 기뻐서 이 강의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난 후에는 이 수업을 들음으로써 내가 어떤 걸 배우고 사용할 수 있을지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수업의 운영방식은 크게 이론수업과 실습, 퀴즈, 토론, 발표로 나눌 수 있다. 이론수업을 통해 기본지식을 쌓고, 강의가 끝난 이후에는 그날그날 복습을 위한 간단한 퀴즈를 과제로써 제출한다. 이때, 이론수업이라고 해서 단순히 설명으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관련된 인공지능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활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학생들에게 체험하게 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이 역시 [인공지능의 이해] 강의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다. 그러다 몇 번의 강의 이후에는 관련 인공지능을 이용한 실습을 통해 배웠던 기술들을 직접 설계하고 활용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들을 직접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하고, 무슨 설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면서 구체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 인공지능 관련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함과 동시에 타인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부족했던 점은 보완하고 합리적인 의견은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의견을 갈고 닦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내용을 토대로 한, [인공지능의 이해] 수업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발표를 통해 강의를 마무리한다. 지난 시간 동안 배웠던 모든 기술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고, 그중에서 어떤 기술을 활용해야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서비스를 기획해보는 것이 [인공지능의 이해] 강의의 최종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처음 시작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부를 후회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아보자면, 첫 번째는 강의를 마친 후 과제로 제출해야 하는 퀴즈였다. 이 퀴즈는 매우 큰 장점이 있는데, 그날 배운 내용 중 중요한 부분만 등장한다는 것이다. 수업 중간에 잠깐 흐름을 놓쳤을 때도 퀴즈 내용을 토대로 강의자료와 교차로 확인하면서 스스로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 퀴즈를 통해 강의자료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복습할 수 있어 무척 도움이 되었다. 마치 내가 작성한 퀴즈의 답안이 그날 배웠던 강의의 요약본이 된 느낌이라 뿌듯함과 동시에 공부하기에 무척 수월했다. 두 번째는 마지막 발표를 위한 서비스 기획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인공지능의 이해] 수업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를 단락 짓는 작업이었다. 내가 이 강의를 명강의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움을 평가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중요하다고 설정할 것인지 등 정답에 대한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마저도 결국 출제자의 몫이다. 이 말을 반대로 하면, 출제자의 주관에 따라 문제의 중요도가 결정되고, 답안의 점수가 변동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출제자는 어떤 점을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이해]의 경우, 앞서 말했듯 시험이 없는 과목이다. 그렇다면 출제자는 어떻게 해야 학생이 이 강의에서 배운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간 배운 모든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본인만의 독창적인 창작 요소가 겸비되어야 하고, 상황에 따른 알맞은 기술과 사용자와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이 필요한 과제가 등장한 것이다.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 요소를 보고서로 작성하는 과제는, 결국에 배운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의 배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훗날의 학생에게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심어줄 수 있는 깔끔하면서도 세심한 마무리였다. 그만큼 어렵기도 했고 많은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과제였지만, 그만큼 보람차고 완성도 있게 결말을 낸 과목은 [인공지능의 이해] 수업이 유일했다. 정말 즐거웠고,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경험을 쌓은 것 같아 잔뜩 뿌듯했던 과제였다. 배운 건 언제든 쓸모가 생긴다. 이 강의는 훗날의 나에게 다시 없을 메리트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그냥 한때의 추억으로만 남아 영영 활용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런 부분을 배웠다는 사실은 언제고 변하지 않을 것이고, 이것은 언젠가 다른 이들과 차별된 ‘나만의 장점’으로서 활용될 것이다. 배워서 후회할 일은 없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배움은 언젠가 어느 순간에, 반드시 내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강의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역시 도움을 줄 수 있는 명강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일단 마구잡이로 도전하고, 언젠가 도움이 될 새로운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면 서주영 교수님의 [인공지능의 이해] 강의를 추천한다. 누군가 내게 수강신청 날의 우연은 불행이었냐고 행운이었냐고 묻는다면, 우연은 우연일 뿐 그 결과에 이름 붙이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고 답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도 이 강의가 행운으로 이름 붙여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