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_우수_[20세기란 무엇인가]_김태승 교수
제목: 인문학에 미래를 더하다. “저는 학생시절 의과대학에서 사학과로 전과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말로 운을 떼며 첫 수업시간을 시작하셨다. 오전 9시 수업이라 아직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졸고 있는 학생들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한 한마디였다.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인 ‘의사’가 되는 길을 마다하고 도대체 왜 다른 길을 선택하신 것일까? 아침부터 괴롭히던 졸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모든 학생들은 의아한 눈동자로 교수님을 바라보았다. 교수님께서는 그러한 선택을 하신 이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으셨지만 오뉴월이 지나고 학기가 마무리 되면서 우리 모두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게 되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교수님께서는 수업시간에 항상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전공지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잊혀 질 수 있지만, 대학시절에 형성된 인문학적 소양은 졸업 이후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사실 인문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빅 데이터, AI 등의 4차 산업 시대를 선도하는 것이 모두 과학기술이다 보니 정작 대학생들은 실용과 취업 등의 이유로 인문학과에 진학하거나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을 두려워한다. 만약 나의 주변에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학우가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20세기란 무엇인가’ 수업을 추천한다. 진정한 교양을 쌓고, 인문학을 통해 미래를 그려보는 소중한 시간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20세기란 무엇인가’ 수강을 통해 다른 아주대 학우들도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 범상치 않았던 첫 만남에 이어, 수업도 매우 인상 깊게 진행되었다. 수업에서는 주로 전쟁과 평화, 핵, 지구화, 정보화, 미디어, 대중문화 등 20세기 문명의 주요 키워드를 중심 내용으로 다루었으며, 현재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20세기 문명을 회고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미래 인류에 대한 조망을 하는 순서였다. 교수님께서 직접 만드신 강의노트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 되었고 다양한 사진자료와 영상을 시청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수월하게 학습내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사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20세기란 무엇인가’라는 과목에 대해 다소 회의적으로 생각했었다. 강의평가와 먼저 수강한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암기량이 매우 많은 과목’, ‘지엽적인 시험’ 등 수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수업을 듣고 난 이후 기존의 나의 생각들은 180도 바뀌게 되었다. 물론 ‘20세기란 무엇인가’ 과목이 학습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단원 당 논문형식의 긴 글이 10페이지 이상씩 서술되어 있어 단순히 학점을 챙기기 위한 목적으로 수업을 수강한다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교수님의 강의력’ 때문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어려운 개념들을 단순히 읽으면서 설명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뛰어난 강의력을 통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셨다. 또한 수업 중 중요 개념들을 강조하여 불필요한 내용들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주셨다. 교수님의 말씀에 집중하다보면 수십여 페이지의 시험범위가 절반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마법을 체험 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20세기란 무엇인가 과목’은 서술형으로 시험이 진행되었는데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서술형 문제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아시고 중간고사 이후에는 직접 시험지를 나눠주시고 서술형 문항 작성방법에 대해서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등 학생 모두가 수업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도와주시기도 하였다. ‘20세기란 무엇인가’ 과목의 수강을 통해 나는 정체성 있는 역사인식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내 삶의 현실을 성찰하고 범람하는 정보의 호수 속에서 유의미한 지식을 발굴하고 이용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수업의 가장 신선했던 점은 교수님의 독특한 참고도서 추천방식이다. 20세기의 방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어야 하는 과목의 특성상 주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교수님의 강의노트와 더불어 단원별로 참고도서를 추천해주시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교수님은 참고도서를 ‘수면제’라는 기준으로 분류하셨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책의 내용이 이해하기 매우 어렵고 지루하면 ‘강한 수면제’, 어느 정도 학생들이 읽을만 하면 ‘수면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 ‘각성제’ 등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추천도서들을 정리해서 추천해 주셨다. 나는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책들 중 ‘수면제’ 이상 등급의 책들만 선별해서 대출해 매우 흥미롭게 읽었고, 수업내용의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됬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내가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로 이 수업을 떠올린 가장 큰 이유는 수업 내적인 부분보다는 우리를 위해 교수님께서 해주시는 ‘진정성 있는 조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례로 교수님께서 몇 년 전에 더운 여름날 두꺼운 가죽 재킷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는 학생을 보고 “학생은 왜 옷을 그렇게 입나요? 덥지 않나요?” 라며 장난치듯 말씀을 하셨는데 그 학생은 “남들 눈치 안보고저의 개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은 대학생활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했고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셨다고 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여러 가지 배울점을 찾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존경스럽기도 하였고, 나는 내 대학생활을 후회 없이 마음껏 즐기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성적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수업 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중시하고 남의 눈치보기 급급한 사회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런 조언을 하셨던 것 같다. 인문학적 지식을 배양함과 동시에 교수님이 직접 경험하신 삶의 교훈을 듣고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20세기란 무엇인가’는 너무나도 소중한 수업이었다. 첫 수업시간, 교수님의 선택에 의아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던 우리들은 어느새 그 깊은 뜻을 깨닫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교수님의 한 학기 수업의 마지막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감히 단언하건데 ‘20세기란 무엇인가’ 수업은 1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수업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가르치고자 하신 것은 머릿속에 들어가는 ‘인문학적 지식’이 아닌 가슴속에 들어가는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