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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9학년도_입상_[서양 고전 철학]_정재영 교수

  • 박지원
  • 2020-02-24
  • 4172
내 사고를 확장시킨 강의 (심리학과 윤희성)

평소에 철학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철학이라는 학문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게 느껴졌다. 교양서적을 보기엔 깊이가 없게 느껴졌고, 철학원저를 보자니 두께가 엄청났고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서양고전철학이라는 수업을 만났다. 처음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교수님은 <아주 위대한 고전> 철학 부문의 고전들에 대해 수업을 할 것이고 그 중 4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기말 과제로 철학 원전 바탕의 5000자 에세이를 요구하셨고 힘든 수업일 것이라고 겁을 주셨다. 암기 위주의 수업에 지쳐있었던 나는 ‘공부라는 것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었다. 또 이번 학기 단 하나의 교양수업이기 때문에 바쁜 스케줄 속에서 내가 이 수업을 소화할 수 있을지 겁이 났다. 그렇지만 토론과 글을 쓰는 방식의 수업이 나에게 더 맞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희망이 생겼다. 또 겉핥기식 지식을 얻기보단 이 과목을 듣고 나면 이 수업의 목적인 ’철학적 사유‘가 나에게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첫 시간부터 교수님은 철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시작하였는지,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거쳐 칸트, 니체에 이르는 서양 철학의 큰 흐름을 말씀해주셨고, 이 중에 4권의 가장 중요한 책만을 선정하셨다. 그러한 4권의 책의 선발과정 자체도 흥미로웠고,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였다. 그렇게 <소크라테스의 변론>이라는 책부터 시작하였다. 읽어오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숙제라 도전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걱정과 달리 내가 처음 접한 고전은 읽기가 꽤 쉬웠고, 읽으면서 채워나갈 수 있는 과제물을 하면서 읽으니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내가 안다고 오만하게 생각 하는 것에 대한 경계하는 마음가짐을 배웠고, 내가 무지하다는 것에 대한 앎을 얻었다. 그리하여 철학을 통해 내 사고를 확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고 이는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열의에도 도움이 되었다. 교수님은 자칫 지루 할 수 있는 철학 강의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 설명해 주셨으며, 학생들이 배심원이라면 소크라테스의 사형을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만들기도 하셨다.

다음으로 플라톤의 <국가>에 대한 수업이었다. 이 책은 매우 두꺼워 10권 중 ‘동굴의 비유’가 나오는 7권만을 읽어오길 요청하셨다. 그러나 7권만을 읽는 것도 매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한 페이지를 이해하는데 오래 걸려 속도가 나질 않았지만 꾸역꾸역 참고 읽었다. 7권을 다 읽었다는 것만 해도 나에겐 독서력, 독해력이 늘어났다는 것이 느껴졌다. 전에 어려워서 포기한 책이 이젠 쉽게 느껴졌고 고전을 읽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국가>를 읽고 ‘플라톤은 왜?’ 라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국가>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비판하는 과제였다. 이 과제를 바탕으로 자신이 생각한 주제를 발표하고 학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 토론 시간을 통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동시에 내 생각이 또렷해지는 경험을 했다.

중간 고사 이후 칸트를 배우며 5000자 에세이를 쓸 시간이 왔다. 정말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쓴 시간보다 고민을 한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런 고민에 대해서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교수님은 친절하게 방향성을 알려주셨고, 자신감을 돋우어 주셨다.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펼치는 에세이를 쓰는 경험은 독서를 넘어서 그 책이 전하는 내용을 온전한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능력을 얻게 해 주었다. 교수님은 학생 개개인에게 모두 피드백을 주시고자 노력하셨고, 보충하면 좋을 부분 등을 조언해주셨다. 교수님은 자신의 에세이를 발표하고자 하는 학생의 의견에 따라 5편의 에세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하셨다. 내가 작성한 에세이도 선정되어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발표를 준비하면서도 공부를 더 깊게 할 수 있었고 내 글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뜻깊었다. 

교수님은 철학은 강의식으로 배우는 것 보다 토론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셔서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셨는데, 그리하여 강의 중에 손들지 않고 하는 질문이나 의견도 환영하시며 수업을 능동적으로 확장하셨다. 어떤 철학자를 내용으로 진행될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그 철학자의 철학을 어떤 식으로 확장시켜 수업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매 수업을 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주제로 토론할지 기대되었다. 칸트 <도덕형이상학의 기초 놓기>의 생명의 의무를 바탕으로 낙태, 자살에 대한 찬반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고,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을 바탕으로 주인도덕, 노예도덕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이 모든 토론들은 학생들이 토론하고자 하는 내용을 수렴하여 교수님이 진행 하셨다. 이러한 수업방식을 참여하며 주입식 교육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교육이 이러한 교육방식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떠한 질문과 의견에도 적확한 답을 해주시는 교수님에게 존경심이 자연스레 생겼다. 

철학 수업을 하면서 내 생각이나 의견이 또렷해지기 보다는 더 복잡해 진 것 같기도 하다. 행복을 예로 들자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최고의 선이라 하였고, 칸트는 그러하지 않았듯 한 주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끝이 없었고, 철학자들의 생각들은 다 일리가 있었기에 나는 항상 설득되기 십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수업을 들은 것은 대학시절에 기억남을 경험 중 하나일 것 같다. 내가 모른다는 것에 대한 앎은 획기적이었고, 당연하게 넘어갈 모든 것들을 재검토할 기회였으며, 그로 인해 내 의식 수준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꼈다. 그러한 경험을 이끌어주신 교수님께 감사를 표하고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도 이 수업을 추천한다. 이 수업은 단연코 대학생이라면 들어야할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