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_입상_[수학1,2]_정은경교수
제목: “수마”(수학의 마술사) 정은경 교수님
2016년 아주대학교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화학과에 합격하게 된 저의 수능 수학 성적은 무려 5등급이었습니다. 백분위가 50보다 아래였으니, 수학 실력은 전국에서 절반 안에도 못 드는 처참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다행히 저를 구제해준 수시라는 입학 전형 덕분에 이 학교에 올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진짜 문제는 입학 후 수학1 과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학을 수강하는 학생은 대부분 고등학교 때 자연계였던 학생들이고, 적어도 아주대 이과 학생들 정도면 저보다도 수학을 못 했던 학생은 극히 적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정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1학기 수학1 교수님으로 보충 반을 담당하신 정은경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수업은 주 3회 75분, 다른 일반 반 학생들보다 주 1회 더 수업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교수님의 수업 목적은 뚜렷하셨습니다. 모든 학생이 A+를 받기 위한 수업이 아니었습니다. 한 명도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 없이 한 학기의 끝까지 수업을 따라가서, 최소한 F는 면하여 필수 과목인 수학을 다시 듣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교수님의 수업관이고, 목적이셨습니다. 따라서 수업의 난이도는 최대한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해주시고, 교과서에 있는 예제를 책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문제까지 전부 판서하시며 풀이해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공부를 많이 시키는 타입은 아니셨습니다. 그렇다고 또 너무 적지도 않게 적당한 양의 2주 1회 정도 분량의 손과제를 내주셨습니다. 수업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써주시는 것을 전부 정리하고 과제도 시키시는 대로 내면서 제가 가장 자신 없었던 수학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 후, 2학기 때는 교수님의 수업방식이 너무나 잘 맞는다고 생각하여 직접 정은경 교수님 반에 가는 것을 희망하여 가게 되었고,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눈높이를 반에서 가장 잘하는 학생에 맞춘 것이 아닌, 이해를 잘 못 하거나 어려워하는 학생에 맞춰서 수업하시고, 적당량의 과제를 통해 복습하게 해주셨습니다. 2학기 역시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내주시는 과제를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적이 따라왔습니다.
위의 내용만 보면, ‘어느 교수님 수업이든 수업 안 빠지고 과제 전부 다 내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의문이 드실 것입니다. 진정한 정은경 교수님의 수업에서의 특별함, 독특성은 영어로 쓰인 탓에 그러지 않아도 이해하기 힘든 수학, 더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를 아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2학기 3차원에서의 도형을 다룰 때, hyperbolic paraboloid라고 책에 쓰여 있으면 당연히 수업을 처음 듣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것이 정상입니다.
저것은 한국말로 번역하면 ‘쌍곡포물면’이라고 하는데, 한국말로 들어도 그게 무슨 모양인지 도저히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각각의 방정식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과 이름 때문에 많이 어려워했고 저 또한 정말 많이 헷갈렸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은경 교수님께서는 아이스크림콘 모양, 밥그릇, 말안장 등 각각의 영어 이름에 그림과 연관된 이름을 붙여주셔서 하나의 식을 보면 바로 ‘아, 그 모양이구나.’ 하고 떠오르게 해주셨고 반대로 어떤 공간상의 도형을 그림으로 주어졌을 때, ‘이 도형 방정식 이거겠구나.’ 하고 떠오르게 해주셨습니다. 이런 교수님만의 특별한 설명방식은 빠른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교수님의 첫 번째 장점이셨습니다.
위와 같은 처음 접한 내용을 쉽게 이해시켜주시는 장점 말고 교수님의 또 하나의 장점으로 맡은 반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었습니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 교수님께서는 주로 궁금한 내용이 있거나 할 말이 있다면 이메일로 연락을 받으셨는데, 보내는 메일에 대한 반응이 대단히 빠르셨습니다. 교수님의 학생들과의 빠른 상호작용의 극단적인 예로, 2학기 중간고사 직전에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는 식으로 질문을 하곤 했는데, 모르는 문제 하나를 메일로 보내놓고 잠깐 정수기에 물을 뜨러 갔다 와서 노트북 화면을 보니 질문에 대한 답장 메일이 이미 도착해있던 경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수업 외 시간에도 교수님께 편하게 질문할 수 있고, 수업 외적인 부분들도 직접 뵙고 있지 않더라도 쉽게 여쭤보고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정말 큰 교수님의 두 번째 장점이셨습니다.
세 번째 장점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는 수업 진행방식입니다. 대부분의 교수님, 적어도 제가 1학기, 2학기 동안 수강한 과목의 교수님들은 어떤 학생이 언제 지각을 하고 결석을 했는지 알고 계시고, 그 지각한 것을 면해주는 조건으로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거나 간단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교수님은 없으셨습니다. 그 정도로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두기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정은경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려는 방법으로 출석점수에 들어가는 결석, 지각에 있어서 문제를 풀거나, 질문에 대답하면 면해주시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이 방법이 수업 참여도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는 좋은 방법이지만, 전 수강생 공통으로 학점을 주는 수학1, 수학2 과목에서 총점에 반영되는 출석 부분을 교수님 마음대로 바꾸시는 것에 대해서 저렇게 하셔도 괜찮은가 처음에는 의문을 품었었지만, 출석과 관련된 부분은 수학 과목에서 반별성적에 포함되고, 그중에서도 아주 적은 비중을 차지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수님의 이런 수업 방식에 조용하던 학생들도 앞에 나가 문제를 풀고, 손들고 말하는 횟수가 아주 많았던 것을 보며 비록 작은 점수여도,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해 질 수만 있다면 이 악물고 덤벼드는 것이 사람이 타고난 본성임을 느낄 수 있었고 이를 잘 활용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참여하게 만드는 방법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위에서 충분히 소개했듯이, 정은경 교수님의 수업방식은 독창적이면서 상당히 학습효과가 좋습니다. 이러한 수업을 1년간 들으면서 제가 얻은 것은 자신 없었던 수학에 대한 자신감, 더 나아가 학문적인 것 이외에도 자신이 없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2015년에 수능 본 자연계 학생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저보다 수학 성적이 낮은 학생보다 높은 학생이 더 많을 정도로 수학을 실제로도 못하고, 자신도 없었던 제가 ‘수학이 해보니까 재미있구나, 할만하구나.’ 라고 생각하도록 해주신 것이 정은경 교수님이십니다. 이러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얻게 된 것은 가장 걱정이었던 수학 과목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다른 과목들에 대한 자신감도 추가로 붙게 되었고, 이러한 시너지 효과로 인해서 한 학기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정은경 교수님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여 1년 동안 잘 가르쳐주신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정은경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대부분 만족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했던 교수님의 가장 큰 장점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도 느끼지 못한 학생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년에 들어오는 귀여운 새내기 후배들에게도 수학을 못 한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하는 학생이 있다면 정은경 교수님을 적극적으로 추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올해 하셨던 수업처럼 좋은 강의 꾸준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마 정은경 교수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