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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읽기와 역사 만들기 사이의 관계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볼 때 현재 우리 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은 어떤가.  전환기의 러시아 같지는 않다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 처지는 극도로 혼란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내적으로는 친일파 청산이나 사회주의 운동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업적을 재 평가 등의 요구가 새로이 대두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한일관계사의 해석이나 영토 분쟁과 관련하여 아직도 일본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사를 자국사의 일부로 보겠다는 중국의 입장에 맞서 우리의 역사를 지켜나가야 하는 일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북한과도 역사문제를 둘러싼 대화의 물고가 아직도 트이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가 당면 해야 할 과제들이 매우 무거운 것이라는 사실보다도 더 걱정스러운 일은 역사교육이 계속 약화되어 오는 가운데서 역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나 지식의 수준이 매우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남의 역사를 모르는 것은 물론 우리 역사도 잘 모르면서 남들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한다고 항의 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관한 정확하고 상세한 지식이 없이 역사 바로잡기라는 과제를 제대로 수행 할 수 있겠는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항상 필요하지만 무턱대고 스스로의 역사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듯한 일부 지식인 사회의 경향은 우려할만한 수준까지 치닫기도 한다.

 우리 역사에 대해 긍지를 느끼지 못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물론 아니다. 다만 역사를 제대로 공부할 수 없는 제약은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역사읽기가 잘못될 수 밖에 없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강요된 민족 분단과 남북한 간의 이데올로기적 대치관계에서 비롯된 학문의 자유 상실에 있었다. 곧 북한에서는 친공, 남한에서는 반공이 정치적으로 살아남는데 필수 조건이었으므로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다루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따라서 역사는 한편으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과는 매우 유리된 옛 이야기 정도로 취급되고 마는 경향이 있었다. 이데올로기적 대치에 따른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상실은 학계가 제도권 학문과 반체제적 학문으로 양분되어 양극화 되는 경향을 가져 왔고 그런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고, 배우고 그르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역사학 전문가들은 영역이 점차 위축됨을 감수하는 반면에 역사해석은 학문적 진리 보다는 정치적 동기에 더욱 충실한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갔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편견들이 사실인양 받아들여지는  풍토가 대학가에서도 조성되었다. 민주화와 통일이라는 민족적 대의 앞에서 역사적 사실 캐기는 뒷전으로 밀려나서 우리의 해방 전후사에 대한 해석이나 인식도 사표보다는 이념적 신조에 따라 좌우되는 데에 까지 이르렀다.

역사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역사를 제대로 만들 수도 없음이 몰론 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며 그 일은 역사를 바로 연구하는 자세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적 동기에서 역사를 이용하려는 무리들 보다 역사가로서 제대로 훈련 받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며 학문적 권위를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다시 조성될 때 역사를 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며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교훈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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