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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학부대학(Dasan University College)은 아주대학교의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생들에게 기초과목과 교양과목(Liberal Arts)의 수업을 폭넓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Arts’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할 텐데요, 이는 교양, 교육, 학습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paideia), 그리고 민회와 같은 공론장에서 시민들이 적절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 탁월함이나 우수함을 뜻하는 ‘아레테(arete)’와 연결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서양 중세의 대학에서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 가르친 일곱 가지 학문 -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학, 천문학, 음악을 ‘artes liberales’로 지칭한 전통을 떠올려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유산은 오늘날까지 인문학, 자연과학, 예술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는 ‘liberal arts’, 즉 교양과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과목이나 학문 분야에 ‘liberal’이라는 표현이 붙어 있을까요? 그것은 고대 그 리스에서 이와 유사한 과목들을 노예가 아닌 자유로운 시민에게만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 이 표현은 아테네 민주주의 체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자유로운 시민들의 특유한 권리와 접속되어 있습니다. 현대적 맥락에서는 특정한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거나 직업 선택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일반적이고 종합적인 교육과 연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전 학부생 시절 스승의 가르침에 따르면, 19세기 독일 지역 시민 계층의 이상은 소유 (Besitz)와 교양(Bildung)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소유 못지않게 교양교육과 수양을 중시하면서 인생의 균형을 모색하고자 노력한 이들의 성실함이 느껴집니다.
저명한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2020년에 출판한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한국어 번역본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좋은 통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와 시민적 덕성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공동선(common good)에 대해 숙고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도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함양될 수 없다. ” 대학에 몸담고 있는 이들로서는 참으로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지한 자성을 촉구하는 샌델의 진단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큽니다.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추구하도록 애쓰는 것, 고대 그리스식으로 표현하면 아레테를 이뤄 가는 것, 그리하여 인류 사회의 개선과 성숙에 이바지하는 것이 여전히 핵심적인 교양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학교의 이념으로 추구해 온 아주대학교가 일부 집단의 특권을 유지ㆍ강화하는 데 조력하는 기능적 도구이기를 그치고, 알찬 기초교육과 교양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의 실천적 지혜와 시민적 덕성 함양 과정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장 박 구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