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 사회과학부 200721133 조혜민
나는 사립 인문계고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었는데, 먼저 교생실습을 나간 학교에서 보낸 일과들을 적어보면서 글을 시작해야겠다. 학교 공식 출근시간은 8시, 퇴근은 4시40분이지만, 학생들 아침 지도하려면 7시 30분, 담임학급 종례하려면 8교시 보충이 끝나는 시간인 5시40분까지는 학교에 기본적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 상담은 대부분 저녁에 자율학습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끝나는 시간인 9시 40분에 퇴근하는 일도 종종 있었고, 주로 8,9시까지 남아있는 날이 많았다. 학교에서 하루 일과는 아침 8시 20분에 학년별 회의나 부서별 협의회에 참석하거나 담임선생님과 만남 후, 8시 40분에 담임학급 아침 조회를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하였고, 학교가 끝날 때까지 연수, 다른 교사 수업 참관, 수업지도안 작성, 수업 준비, 실제로 수업을 하거나 학생 상담, 상담 계획하거나 정리하기, 교생일지 쓰는 것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본인은 전문상담교사가 없는 모교로 배정이 되어 가게 되었는데, 지도교사는 종교 선생님이신 목사님이 맡으셨다(미션스쿨임). 종교선생님이시긴 하지만 현재 상담교사 자격증이 있으시고, 상담대학원을 나왔다고 하셨다. 그러나 상담교사보다는 종교교사이기 때문에 종교 수업이나 채플인도를 주로 하셨고, 학생 상담은 매일 3 case씩 하고 계셨다. 인문계 고등학교라 수업시간을 빼서 상담을 하지는 못하고, 야간 자율 학습시간에 교목실이나 교목실 옆 상담실에서 상담을 진행하였다. 선생님은 주로 MMPI 검사를 실시한 뒤, 검사결과를 개인 상담으로 연결해서 상담을 많이 하셨는데, 대부분 단회상담으로 끝난다는 것과 심리적 문제는 있지만 에너지가 부족하여 찾아오지 않는 학생들은 상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종교선생님이시다보니 여러 가지 상담 활동에 제약이 있었고, 본 학교 상담 시스템의 한계였다. 정식 전문상담교사와 상담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꼈다.
상담교사는 원래 담임을 맡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맨 처음에 담임 학급을 맺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 상담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담을 하려면 반을 연결시켜 담임 학급 애들을 위주로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도 교사 선생님과 연구부장 선생님이 판단하셔서 다시 반을 맡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반을 맡게 되었는데, 상담선생님이다 보니 약간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조금 더 모여있는 반을 붙여주셨다. 문제있는 학생들이 더 모여 있는 반이라고 해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걱정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학급 학생들에게 상담신청 테이블을 만들어 돌리면서, 상담을 먼저 하고 싶은 사람들부터 신청을 받아 하게 되었다.
상담 신청자이외에 자살 문제로 고민인 학생이 있었는데, 위기상담으로 간주하여 담임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뒤 제일 먼저 상담을 하게 되었고, 그 학생을 비롯하여 담임 학급 학생들 총 17명을 상담하였다. 1학년 학생 중에서도 담임선생님의 의뢰가 들어온 학생이 있었는데, 추가로 상담하여 교생실습 기간 내내 총 18명을 상담하였다. 상담은 교목실 내부의 상담실, 신회의실, 가정실에서 이루어졌는데, 상담실 공간이 부족했던 것이 무척 아쉬웠고 경우에 맞추어 융통성 있게 실시하려고 하였다.
학생들의 고민은 다양했는데 이혼하거나 편부모인 가정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고, 가족문제나 부모님과의 관계 문제, 성적이나 진로문제, 충동조절 문제, 성격문제, 흡연문제, 자살문제, 신체 열등감 등의 다양한 상담 주제가 나왔으며, 보편적으로 학생들은 성적 및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고, 학생들이 사춘기이고 남자애들이라 그런지 진로나 성적문제 다음으로 감정조절이나 충동조절의 문제도 많이 나왔다. 좀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학생에게는 전문 상담기관에 충동조절프로그램을 연결시켜 주려고 하였으나 본인이 거절을 했고, 현재 몇 달간 아무 문제가 없었으므로 일단 담임선생님에게만 말씀드리고 보류를 시켰다. 진로문제의 경우, 커리어 넷에 있는 직업 정보란을 많이 추천해 주었는데, 이과 학생들을 주로 상담하다 보니 문과를 나온 본인이 알고 있고 줄 수 있는 정보가 한계가 있었다. 의뢰상담 학생의 경우, 학교를 무단으로 빠져 담임선생님이 도움을 요청하셨는데, MMPI 검사 결과 임상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있는 학생이었다. 현재 상황이 안 좋아 전문기관에 붙이려고 시도했는데, 전문기관에 연결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본인이 지도교사의 지도하에 단회상담으로 2회기를 만나게 되었다. 학생이 상담자인 본인에게 마음을 많이 열었는데 교생실습이 끝나면서 상담을 끝내야 하는 점에 대해 몹시 미안했고, 다시한번 전문상담교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담임학급 아이들을 상담을 하면서 아이러니했던 점은, 내담자인 학생과 전날 상담을 한 후, 다음날 담임교사로 만난다는 것이었다. 즉 담임교사를 하면 이중관계가 맺어지는데, 매일 보는 담임선생님과 학생이 상담할 때 깊은 문제에 대해 애기하는 것은 조금 힘든 것 같다. 물론 심각하고 깊은 자신의 문제들에 대해서 애기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내담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면 자신의 수치스러운 부분까지 다 알고 있는 선생님을 매일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보는 게 과연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상담교사가 담임교사를 맡는 것은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은 종교 수업시간에 대신 들어가서 진로상담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고등학교 1학년 남 7반, 여 3반, 총 10반을 수업하였다. 처음에는 수업 지도안을 준비하는 것이 큰 일거리였는데, 다른 과목 선생님들은 지도 선생님들한테 수업 지도안 자료를 많이 얻는데, 본인은 상담 선생님이 학교에 없어서 학교에서 구할 수 있는 상담 수업 자료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참고자료 없이 본인이 처음부터 다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많이 되었는데, 다행히 주변의 아는 상담교사 몇 분께 연락을 드려 진로 상담에 관한 자료를 메일로 받아 정리하여 총 3차시 분량을 짰다. 1차시는 MBTI를 통해 나를 탐색하는 프로그램, 2차시는 홀랜드 검사를 통해 직업흥미, 적성, 직업유형을 알아보는 프로그램, 3차시는 진로의사결정, 가치관 검사를 통해 진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내용을 구성하였고, 학교에서 본 수업은 2차시인 홀랜드 검사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다.
50분 만에 수업이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정식 홀랜드 검사를 쓰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 무리가 있었고, 약식 홀랜드 검사를 구해서 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삶과 인생에 있어 직업의 중요성, 직업선택에 있어서 흥미와 적성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고, 홀랜드 검사의 간략한 소개 후 약식검사를 실시하였다. 확실히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서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는데, 다른 주제의 상담 수업보다도 진로 상담 수업이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문과, 이과 나눌지에 대해서 매우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결정하는데 있어 오늘의 수업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애기를 해주면, 무척 좋아하며 주의집중을 해주었다. 수업 시 다른 점들은 다 좋았는데, 검사 실시 후 해석을 해줄 때 자신의 유형이 아닌 설명을 할 때는 애들이 떠드는 경향이 있어 전체 해석을 해주는 게 약간 힘들었다.
또 수업할 때 간혹 학생들이 돌발 질문을 해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였는데, “선생님, 경상대 뜻이 뭐에요?”, “선생님, AA코드는 왜 똑같애요? ” “선생님도 이렇게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해서 갔어요?” “안 그랬다면, 어떻게 진로를 찾으셨어요?” , “선생님 노력반(학교에 개설된 공부 잘하는 특수반) 이셨어요?”, “선생님, 심리과가면 뭐 배워요?”, “심리학은 진로가 어떻게 되요?” 등등.. 일단, 학생들의 질문은 수업시간에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건 대답하면 좋지만, 길어질 것 같은 질문을 나중에 수업 끝나고 애기하자고 했다. 항상 무슨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 학생들의 질문에 마음의 준비도 그렇고 잘 대비하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랜드 검사 결과 RIASEC 유형을 학생들에게 PPT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각 유형에 대해 간단히 해석한 뒤, 각 유형에 맞는 진로, 직업분류표를 나누어 주어서 각자 자신의 검사결과를 보고 하고 싶은 직업과 가고 싶은 대학학과 3가지를 모의로 결정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정하는 시간을 5분정도 주었는데, 신중한 학생들 같은 경우는 그 시간 안에 못 고르는 학생들도 있었다. 솔직히 50분 안에 검사와 해석을 다 하고, 직업, 학과를 고르는 것이 시간이 많이 빠듯했었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못 정한 학생들에게는 그것을 숙제로 내주었고, 오늘 각자가 정한 직업과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커리어넷 싸이트를 마지막으로 소개해 주면서 수업을 마쳤다.
교생실습을 통해 배운 교훈 중 하나가 교사는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을 잘 이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담임학급 조회, 종례시간에 본인이 어떤 유머와 인격적인 대화로 학생들을 이끌고 가야 할지 많이 난감해 했었는데, 여자 선생님인 내가 남자 반 아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처음에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나름대로 그날의 명언을 학생들한테 애기해 줄까 해서 적어가기도 했지만, 읽어주지는 못했는데 학생들에게 좀 더 유머러스하고 편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쉽다. 처음에는 수업, 조회, 종례가 단순히 교과 수업의 지식이나 오늘의 전달사항만 교사가 잘 전달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선생님이 독단적으로 주도하는 수업, 조회, 종례가 아니라 끊임없이 학생들이 이해를 했는지 확인하고, 학생들의 의견은 어떤지 물어보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 조회, 종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고, 그것이 진정한 수업, 조회, 종례라는 것을 배웠다.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교사는 학생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학생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즉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일반교사이든 상담교사이든 교사라면 학생을 대하는 마음은 동일해야 하는 것 같다.
교생실습기간동안 학생들에게 상담을 꽤 실시했지만, 아무래도 상담교사가 없는 학교라 그런지 상담교사로서의 역할보다 수업이나 학교행정, 담임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많이 배우고 온 것 같다.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체계적인 학교 상담시스템, 위클래스나 전문상담교사로서의 역할을 자세히 배우지 못하고 온 것이 무척 아쉬운데, 후배들에게는 상담교사의 일을 많이 경험해볼 수 있도록 상담교사가 있는 곳으로 교생실습을 가라고 조언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