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권지현/인문학부
★ 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 인문학부 권지현
2012년도, 교생실습은 내 인생의 단 한번뿐이자 벌써부터 그리운 나의 ‘첫’ 학생들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조그만 오르골 같았다. 한 달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슴없이 마음을 열고 보여주었던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을 잊을 수 없다. 처음 모교인 늘푸른 고등학교에 출근한 날, 종례시간이 되어서야 담당학급인 2학년 9반의 친구들을 처음 만날 수 있었다. 9반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이과반인데다가 여자가 단 4명뿐인 30명정원의 소위 ‘남자반’이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이 나의 예상과는 달랐다. 한참 어리게만 보았던 고등학교 2학년생은 실제로 그다지 어리지만은 않은 건장한 소년들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겉모습과는 다른 순수함이었다. 유난히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9반 아이들 덕분에 교생실습 초에는 내가 예상했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수다를 떤다거나 하는 일은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교생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지만 실제로 다가와서 말을 건다거나 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가끔 용기를 낸 학생이 있다면 금세 멀리서 지켜보던 친구가 다가와 ‘교생에게 작업거냐’는 장난을 치고 도망가곤 했다. 학생들은 교생을 선생님이지만 선생님 이전에 로망과 같은 ‘여대생’이라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교생을 나오기 전, 나는 왠지 모르게 무서운 인상과 선생님한테도 버릇없게 구는 고등학생을 많이 떠 올렸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만난 학생들은 교생과 말하는 것조차 처음에는 쑥스러워 할 정도로 어리고 착한 친구들이었다. 당연히 욕도 많이 하고 담배를 피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우리가 고등학교를 다녔을 때도 언제나 있었듯이 그저 조금 논다는 친구들일 뿐이었다.
실습기간동안 배울 것은 많다. 지도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면서 좋은 수업을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연구부장 선생님을 통한 학교 전반의 운영 및 교육과정 연수, 체력검사나 과학의 날 등 학교 행사들과 관련된 사항, 학교 교직원 회의에서 나오는 많은 학교 운영 내용, 학교 동료 교사 간의 관계와 태도 관찰, 담임교사와 학급학생의 관계 등 다양하다. 특히, 한 달간 내가 보고 배웠던 많은 것들은 학생과의 친밀한 교류를 통해 얻은 것들이 많았다. 학생들과 얘기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좋은 선생님의 모습과 선배 지도교사들을 통해 배우는 좋은 교사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도 많았다. 그러므로 예비교생들에게 실습기간동안 최대한 학생들과 많이 교류할 기회를 만들 것을 매우 추천한다.
한 달이라는 짧은 교생실습동안 학생들과 친해지려면, 학생들에게 먼저 최대한 밝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교생실습 첫 주에 느끼겠지만 교생에게 관심은 매우 많으나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여전히 교생도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간의 짧은 교생실습기간을 알차고 재미있게, 그리고 학생들과 많이 교류하면서 보내고 싶다면, 학생들을 향한 내 안의 벽 먼저 허물어야 한다.
첫째, 교생 첫 주가 시작되면 가장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학생이름 외우기’이다. 최대한 빨리 담당학급의 학생 출석부를 복사하여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고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자. 이름이 불리면 학생들은 처음에 자신을 알아봐준 교생선생님께 당황하지만 곧 그 천진한 미소로 기쁘게 화답할 것이다.
둘째, 첫 주에는 보통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학생들의 성향, 교우관계, 반에서의 역할 등을 파악하고 반 분위기를 익힌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교생과 친한 학생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실습 초에는 특히 반 학생들 몇몇 소수의 아이들과 깊게 친해지기보다 최대한 다수의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고 공평하게 관심을 가져주도록 노력해야한다.
셋째,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점심시간 및 야간 자율학습 전 저녁시간을 활용한다. 아침 조회시간이나 종례시간은 다들 바쁘고 워낙 시간이 짧기 때문에 아이들과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점심시간이나 야간 자율학습 전 저녁시간에는 아이들의 딱딱하지 않은 평소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교생에게는 긴장감 없이 편안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학생들은 교생에게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활짝 연다. 사소한 연애상담부터 진로상담, 교과목 공부 방법 등 다양한 상담을 한다. 워낙 술, 담배와 같은 성인문화들을 빨리 접하는 요즘 추세 때문에 술, 담배와 관련된 이야기도 종종 주고받는다. 교생이 갖는 장점은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어른과 학생의 중간 입장에서 선생님과 하기 껄끄러운 학생들의 고민거리를 학생의 입장에서 좀 더 이해하고, 억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진실 된 해결방안을 같이 모색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도 이러한 의미에서 친근감을 느끼는 교생들에게 서슴없이 고민상담을 하는 편이었다. 이렇듯,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학교 생활지도와 학생 상담에 관련된 경험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학생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수업이 어떤것인지, 실제로 도움을 받는 수업이 어떤것인지, 어떤 선생님을 좋아하는지, 영어공부를 하기위한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한 달간의 교생실습 기간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추억들이 있다. 내 생애 첫 수업시연과 떨렸던 연구수업, 그런 나를 바라보던 똘망똘망 학생들의 눈빛들, 시청각실에서 과학의 날 논술 경시대회 감독했던 일, 체력검사의 날 평소 만날기회가 없었던 3학년 학급에서 악력 측정 검사를 했던 일, 3학년 진로상담을 통한 새로운 만남과 진솔한 이야기들, 전교생 하계 생활복 투표, 학생부장 선생님과의 아침 교문지도와 점심시간 교외지도, 점심시간동안 2학년 반대항 축구시합 응원, 재난 대피 훈련, 늦은 시간 야간자율학습 감독과 야자 후의 달콤한 학생들과의 하굣길, 학생들과의 교내 탁구내기, 교직원 식당이 아닌 학생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은 점심 급식, 나의 과거 고등학교 사진을 학교신문에서 찾아냈던 아이들, 연구수업을 도와주겠다고 발 벗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연구수업에 참여해준 우리 9반 친구들, 유독 수업이 재밌고 수업분위기가 좋았던 문과 8반 친구들, 매주 가장 많은 수업을 들어가고 원어민수업을 함께한 이과 수석반 11반 친구들, 그리고 교생 마지막 날 아이들의 이별편지와 마지막 야간 자율학습.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또 실제로 교육현장에 나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사뭇 다른 학교와 학생을 보면서 느낀 것도 많은 시간이었다. 우리 때와는 사뭇 달라진 학생들의 말과 태도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영어교과 선생님이 갖게 되는 영어교육의 딜레마 등 실제로 눈에 보이는 교육 현장의 어려움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원어민 수업시간에 영어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에게 다가가 선생님이 내준 개인 활동 과제를 도와주려고 했을 때, 한 학생의 대답은 일단 “아무것도 모르겠는데요..”였다. 영어교과의 특성상 영어에 대한 기본적이 배경지식이 없는 학생에게 영어수업이라는 것은 그저 아무런 흥미도 유발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알아들을 수 없는 재미없는 수업일 뿐이었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내용까지 정말 몰라서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적정수준을 염두에 두고 수업하는 고등학교 영어수업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처음에 나에게 당황스러움을 안겨줬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과 지낸 지난 한 달의 기억이, 선생님이 되겠다는 나의 결심을 완전히 굳혔다고는 할 수 없다. 고작 한 달의 경험은 교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하는 것인지 완전히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인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짧은 경험을 통해 난 조금이나마 학교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내가 되어야할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사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 순간 한 순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었던 4월 한 달.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잠시 머물렀다 가는 교생이지만 기꺼이 따뜻한 마음을 활짝 열어준 사랑스러운 학생들 덕분에 더 아름다웠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교생을 앞두고 있는 영문과 교직이수 친구들도 인생에 단 한번뿐인 교생실습 동안 정말 아름답고 보람된 추억과 경험 많이 쌓고 돌아오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