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신혜원/사회과학부
★ 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 사회과학부 신혜원
처음으로 본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제멋대로였다. 치마 길이는 무릎 위를 훌쩍 뛰어넘어 있었고, 수업 시간에 파우치를 꺼내 화장을 하고, 화장실에는 담배 냄새가 나고, 머리는 대학생 뺨칠 정도로 온통 염색과 파마 투성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본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아련하다. 정성스레 준비해간 편지를 한명, 한명에게 나누어주며 꼭 안아주었을 때 참던 눈물과, 선생님 울지 말라고 오히려 달래주던 따스함과, 종알종알 써내려간 롤링페이퍼와, 선생님이랑 같이 사진 찍고 싶다고 조심스레 내밀던 핸드폰 카메라...
매일 아침 조례 시간 전에 교실 문 앞에 서서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고 점심시간마다 가서 이것저것 말도 걸어보고 종례 시간에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주고 내일 또 보자고 인사하던 나날은 봄과 함께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고 겁도 많이 먹었었고, 매일 아침 버스타고 가서 또 한참 걸어가야 하는 거리를 귀찮아하기도 했었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의 눈앞에서 선생님이어야 했던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
조금 친해졌다고 조회시간에 떠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혼자 상처받고, 조금은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방식은 아이들의 자발성을 믿고 잠시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야기를 하나둘씩 조심스럽게 꺼내놓고, 들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고,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서 나는 나 자신마저 치유됨을 느꼈다.
아이들 전체를 만나야 하는 교과교사나 담임교사와는 달리 상담교사는 개별적으로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이렇게 담임 반을 맡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착하고, 순수하고, 사랑받는다는 감정마저 느끼게 해 준 1-6반 친구들과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고, 아이들 챙기듯이 나를 챙겨주셨던 담임선생님 또한 교사로서의 철학을 쌓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실습에 나가기 전에는 다녀오신 분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그냥 다녀와서 다 좋다고 소감문을 작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약간 회의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쓸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말로 다 전해지지 못할 벅찬 감정을 종이에 옮겨놓으면서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혹은 주어진 시간이 조금 더 길었었더라면 하고 무심코 생각해 본다.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평범했던 대학생활 중에서도 유독 빛이 나는 부분이 있다면 분명 이 한 달일 것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시간만큼, 소감문도 짧지만 강렬하게 마무리 짓고 싶다. 분량을 늘리려면 못할 것이 없지만 함부로 말을 덧붙여 늘리기에는 내 소중했던 시간들이 퇴색될까 두렵다. 정말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