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이혜린/사회과학부
★ 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 사회과학부 이혜린
나는 내 모교인 ‘영등포여자고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왔다. 처음 학교에 들어섰을 때, 내 고등학교시절이 떠오르고, 고등학교 친구들이 보고 싶고, 낯설지 않은 학교 건물이 반가웠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선생님으로서 다시 가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모교에는 상담실이 있었지만, 전문상담교사가 없는 상태였다. 작년에 근무하시던 전문상담선생님은 딴 데로 가셨고, 내가 학교에 실습 나간 첫 날인 4월 2일부터 올해 전문상담교사로 오신 선생님도 함께 첫 출근을 하셨다고 한다. 이 선생님께서도 학교에 대해서 아직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셔서 나에게 도움을 주시지는 못했다. 지도 선생님께서는 진로상담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선생님이셔서 나에게 특별히 무엇을 가르쳐 주시지는 않았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상담하는지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 처음에는 너무 실망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을 고쳤다. 한 달 동안 상담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지는 못해도, 학교에 대해서 열심히 배우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들을 해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첫 주에는 선생님으로서 학교에 적응하고, 선생님들께 교육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담임선생님과 지도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처음 교탁 앞에 섰는데, 너무 떨렸다. 아이들이 신기하고 들뜬 눈으로 나를 봐주었다. 담임선생님께 학생명렬표를 받아서 하루 동안 열심히 반 아이들의 이름을 외웠다. 실제 사진과 다른 아이들이 많아서 이름과 매치시키기 힘들었지만, 이름을 불러주면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그리고 각 부서별 연구부장 선생님들께 실제로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수업은 어떤 식으로 이끌어 가야하는지에 대해서 교육받았다. 대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우던 것과 실제 현장을 비교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또 실습 3일 째 정도부터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서 수업 참관을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상담으로 실습을 나간 것이기 때문에 정해진 교과목이 없었다. 그래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수업을 골고루 들어가서 참관했다.
둘째 주에는 급식지도와 교문지도를 했고, 수업참관을 많이 했다. 교문지도를 하는 날에는 평소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와서 아이들이 등교할 때 치마길이가 어떤지를 살폈다. 급식지도를 할 때에는 아이들이 줄서서 잘 기다릴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주부터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과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상담을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간단한 설문지를 돌렸었다. 내 첫인상이 어땠는지, 상담을 하고 싶은지, 어떤 내용으로 상담을 하고 싶은지 등을 물었다. 아이들 답변이 톡톡 튀고 재미있어서 설문지를 돌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에서 3분의 2정도의 아이들이 상담을 하고 싶어 했고, 상담내용은 대부분 성적문제나 진로문제였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또는 방과 후에 2~3명씩의 아이들과 상담을 했다.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격려를 해주는 식의 가벼운 상담이었다. 학교에서 전공으로 배우던 상담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가벼운 상담을 진행했다. 또 별도로, 담임선생님께서 상담을 부탁하신 학생이 1명 있었는데, 그 학생과는 일주일에 한 번씩 1시간씩 상담을 진행했다. 이 학생에게는 내가 배웠던 상담을 적용할 수가 있었다. 또 셋째 주부터는 내가 수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지도안을 열심히 짰다. 지도안을 짜고 나서 지도교사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고, 교생담당 선생님께도 피드백을 받았다.
셋째 주에는 수업준비를 하고, 수업을 직접 해보고, 다른 교생들의 수업을 참관했다. 수업준비를 하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 컴퓨터도 활용하고, 칠판도 활용하고, 활동지도 나누어 줘야 해서 신경 쓸 것이 많았다. 나는 ‘우울증 극복하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다. 반마다 수업 분위기가 달라서 수업 참여를 열심히 하는 반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반도 있었다. 아이들이 우울감 테스트지에 응답하는 것을 가장 호기심 있어 했다. 수업은 우울증 테스트를 해보는 것과, 우울증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 그리고 해결방법을 자신이 찾아보는 활동지를 하는 것으로 구성했다. 나는 5번의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첫 수업은 무척 떨렸는데, 수업을 하면 할수록 나름대로의 수업 기술이 생긴 것 같았다. 수업 때마다 다른 교생들이 들어와서 내 수업을 봐주고 피드백을 해주었다. 그래서 부족했던 점을 고쳐서 다음 수업 때는 더 매끄럽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준비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5시간을 열심히 하고나니 뿌듯했다. 나도 다른 교생들의 수업에 들어가서 참관을 많이 했다. 참관을 하면서 고쳐야 될 점이나 좋은 점을 생각해뒀다가 수업을 마친 후에 말해주었다. 서로가 피드백을 해주고 고치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넷째 주에는 나에게 주어진 수업 시간도 끝나서 학교에서는 딱히 해야 할 일이 없었다. 갑자기 아프신 선생님이 계셔서 그 선생님 수업 대신에 보강을 들어가기도 했고, 아이들이 쓴 과학 독후감을 읽어보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는 넷째 주에 학교에서 중간고사가 있었는데, 2과목은 중간고사에 참여해야 했다. 그래서 마지막 주에는 시험공부를 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 또 아이들, 학교와의 헤어짐을 준비했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과 편지를 준비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아이들도 벌써 헤어질 때가 다 되었냐며 아쉬워했다. 나도 비록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편하게 남자친구 이야기도 들어주고, 친구 이야기도 들어주면서 더 친해졌었는데, 헤어질 때가 되니 아쉬웠다.
교생실습을 통해 나는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해결할 방법은 어떻게 찾는지를 모르고 고민을 가지고 있기만 한 상태였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시고, 담임선생님과도 거리가 가깝지 않아서 고민을 말할 곳이 많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나에게 요즘 고민을 잘 털어놨는데, 고민을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이런 것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정말 필요하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다.
교생실습 동안 값진 경험들을 많이 했지만, 아쉬운 것은 내 전공인 상담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클래스라는 상담실이 모교에 있다고 들어서 모교로 실습을 신청한 것이었는데, 전문선생님이 안 계셔서 당황스러웠다. 후배들에게 실습 학교를 찾을 때에는 위클래스가 있고, 꼭 전문상담교사가 있는 학교를 찾으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또 수업은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많이 해볼수록 좋은 것 같고, 한 달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실습에 임하면 교생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