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육봉사 후기/노희진/영문과
★ 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육봉사 후기★ 영문과 노희진
기초교육대에서 배정해 준 아주대학교 인근의 중, 고등학교에서 대학생 멘토로 교육봉사를 시작하였다. 학기 중에는 학교공부를 병행하며 60시간을 채울 용기가 나지 않아 2학년 하계방학, 3학년 하계방학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판단하고 이때 봉사를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옳은 선택을 한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공과목도 어려워지고 또 학교공부 외에도 취업에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바빠지고 시간이 점점 부족해 진다. 교직과목 이수를 다 못해서 졸업하고자 하는 학기에 졸업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또한 급하게 교육봉사시간을 채우느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교직에 선발된 2학년 1학기 때부터 미리 전반적인 수강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교직이수를 해나가는 일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
내가 한 교육봉사는 두 번 모두 두 명의 학생에게 하루에 3시간 동안 과외처럼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수원북중학교에서는 수학도 가르쳤다.) 배우는 내용은 해당 학교에서 교재를 선정해주거나 ‘2학년 2학기의 영어를 가르쳐주세요’같은 요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완전히 나와 학생들의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교육봉사를 시작할 때 내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일단 학생들의 영어, 수학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야지 그에 따라서 학습 내용과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는데, 이건 내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쳐보면서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봉사를 간 매탄고등학교에서는 이게 제대로 안 돼서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 외국어 모의고사 문제를 풀기로 학생들과 오리엔테이션 때 합의를 보고 첫 시간에 모의고사 풀이를 준비해 갔는데, 내 예상보다 학생들이 기초가 부족해서 모의고사를 푸는 일이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교재를 처음부터 다시 정하고 공부하느라 멘토링 기간 내내 정말 힘들었다. 만약 나처럼 이런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설문지를 만드는 법을 추천해주고 싶다. 두 번째로 나간 수원북중학교에서는 미리 어떤 수업을 하기 원하는지 설문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작성하게 했는데, 학습내용과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는 데 이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학생을 가르쳐 보면 ‘아, 이 학생은 이 부분이 약하고 저 부분은 강하구나’라는 감이 점점 잡히는 데 그에 따라 수업을 조금 조금씩 수정하면 학생에게 더 유익한 수업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더 나아가 3시간을 영어, 수학, 상담시간으로 한 시간씩 나눈 뒤 그날 배울 학습내용이 무엇인지 적절히 배치한 강의계획서까지 만들어 학생에게 배부하고 그에 따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학생들과 수업에 대한 일종의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니까 나중에는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나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나를 더 신뢰를 갖고 대해주지 않았나 싶다.
교육봉사를 통해서 정말 크게 느끼고 배운 것은 교사라는 직업이 어떤 것 인가였다. 솔직히 교육봉사로 중고등학교에 나가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었다. 요즘 학생들이 버릇이 없고 지도하기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학생들을 대면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말 순수하기 그지 없었다. 한 남학생은 덩치가 나보다 훨씬 커서 처음에는 좀 겁도 났었는데 친해져 보니 속은 정말 말 그대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였다. 학교에서의 교사의 역할은 수업을 잘하는 것만이 아님을 몸으로 느꼈다. 학생이 어떤 아이인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해보고 이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더 값지게 내게 남은 것 같다. 학생들과 더 빨리 친해지고 속마음을 툭 터놓는 사이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성격이 좀 소극적이더라도 학생을 대할 때만큼은 정말 적극적으로 학생들 보다 더 수다쟁이가 되어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 같다.
교육봉사 전에는 과외를 해 보거나 학원에서 가르쳐 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 수업을 해 본적이 없어 걱정을 많이 했었다. 강의 시간에 앞에 나가서 10분 발표하는 것도 떨려 죽을 지경인데 3시간 수업이라니! 떨지 않으면서 제대로, 동시에 흥미 있게 수업을 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연습과 경험을 하는 것 말이다. 교직이수 과목들을 수강하면서 교육학과 영어교육에 대한 지식도 쌓고 수업지도안 작성법도 배우고, 또한 수업시간에 모의수업도 계속 연습해보고 모의수업경진대회에도 나가보면서 나는 점점 수업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었다. 덕분에 두 번째 교육봉사 때에는 훨씬 수월하게 봉사를 할 수 있었다. 교직이수과목들을 충실하게 배우려는 마음으로 수강해 나가기만 한다면 자신의 교사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기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실습에 나가기 전에 이렇게 교육봉사를 통해서 교사가 어떤 직업인지 조금은 알 게 된 것 같아 뜻 깊었고, 또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을 점점 갖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도 학생과 깊은 유대감을 느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교육봉사를 나가실 분들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오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