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김지연/불어불문학과
1년 뒤라면 까마득한 먼 훗날 이야기로 들리지만 어쨌든 2014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갈 교생실습 후배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할 정도네요. 일단 마음가짐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정말 선생님으로서 제가 제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기 위해 애썼습니다. 학생들에게 떳떳한 선생님으로 지내다 가기 위해 복장부터 말, 행동까지 세심히 애를 썼습니다. 복장은 늘 정장이나 세미정장을 입었으며(가끔 청바지 입고 오거나 짧은 치마 입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자제를 하시거나 정 안되면 검은 스타킹이라도 신어서 덜 짧아보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습생은 학생들의 선생님이자 학교로부터 평가받는 위치이니까요.), 교생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절대 반말을 쓰거나 이름을 부르지 않고 “00샘”, “00선생님”이라고 호칭을 붙이며 존댓말을 썼습니다. 사실 교생들이 다들 대학생이고 나이도 비슷하고 친근하다보니 반말을 쓰게 되기도 하고 이름을 부르게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어찌되었든 간에 학교 내에서는 저는 존댓말과 선생님 호칭을 철저히 지키려고 애썼는데, 학생들에게 언니나 누나가 아닌 선생님으로서 확실히 위치를 잡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했습니다. 학교 이름을 걸고 나온 실습생의 입장으로서 학교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선생님으로서 확실히 자리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교생은 정말 자신이 하는 만큼 얻어가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얻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수업을 직접 해보는 등등은 비슷하지만,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도 있습니다. 저는 외고로 실습을 나갔고 제 교과가 프랑스어인데 프랑스어과가 한 학년에 한 반 밖에 없어서 수업을 한 번만 해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중간고사를 앞두고 교생선생님의 수업으로 시험범위와 공부에 혼란이 있는 것을 학교가 원하지도 않았던 이유도 있습니다(성적에 민감한 외고이니까요). 수업을 많이 하지 않는 대신 저는 수업 참관을 상당히 많이 하며 제 프랑스어 실력도 다지고 선생님들마다 교수법이 어떻게 다른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일반고등학교라면 주당 프랑스어 시수가 매우 적고 선생님도 한 분 밖에 안 계셔서 수업 참관도 별로 안 들어가고 들어가도 늘 같은 선생님이었겠죠. 하지만 저는 외고에 실습을 나가다보니 2학년에 들어오는 프랑스어 선생님만 원어민 포함 네 분이셨고 수업 시수도 주당 열 시간이 넘어서 수업참관을 상당히 많이 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많이 하지 못하는 대신에 충분한 참관을 자청함으로서 제가 실습기간 중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담임교생 업무에서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친해지고 바쁜 선생님을 돕기 위해 첫날부터 선생님께 청소지도를 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원래는 담임선생님께서 청소지도를 같이 해주셔야 하는데, 선생님께서 업무가 많다보니 청소지도를 못하고 교무실로 가셔야 해서, 제가 눈치껏 청소지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청소도 제가 먼저 빗자루를 잡고 하고있으니 담임선생님 안 계시다고 놀고만 있던 아이들이 처음 보는 교생선생님께 죄송했던지 저를 따라서 청소를 하더군요. 그렇게 조금씩 제 영역도 넓혀가고 업무도 눈치껏 먼저 도와드리고 하다보니 선생님께서 원래 2주차부터 제게 종례를 시키려고 하셨는데 첫주 4일차부터 종례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만큼 저는 아이들과 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얻어서 좋았으며 학교 업무를 조금이라도 더 배울 수 있어서 좋았죠. 교생은 정말 자기가 하는만큼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본인의 특기나 장점을 살려서 학교생활을 하면 또 그만큼 얻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제 복수전공이자 복수교직인 ‘전문상담교사’의 분야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면대면 상담을 할 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경청, 수용, 솔직함 등등) 제가 배운 것들이 상담에 아주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사실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학교에 남아 상담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저는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아이들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신청을 받아서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겉으로만 보여지는 것과 다르게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외고이다보니 다들 공부도 잘 하고 모범생이고 문제가 전혀 없을 것으로만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복한 집에서 행복하게 자라 진로문제만 해결하면 별 고민이 없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정말로 전문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외고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내면문제를 겪을 때 눈에 보이는 비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내면이 곪아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은 비행보다 더 위험한데, 아무도 학생이 내면이 곪아간다는 것을 모르다가 학생이 언제 어떻게 위험한 방식으로 터뜨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예를 들면, 자해나 자살 등이 있습니다). 때문에 외고에도 상담실이 필요하지만 현재 학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이 보여서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어쨌거나 이것은 저의 경험담이었고, 요점은 자신이 특기인 것을 살려서 생활하면 더욱 좋다는 것입니다. 한 선생님은 손그림을 잘 그려서 엽서를 학생의 특징을 잡아 일일이 손으로 그려 만들어서 편지를 써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교생실습은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로 합니다. 아침일찍 출근해서 저녁늦게 퇴근하다보니, 그리고 할 일이 많으니 체력적인 것은 당연하고, 학생들에게는 당당한 선생님으로, 담당 선생님 밑에서는 착실하고 열심히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심적 에너지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 위한 노력을 평소에 게을리하지 마세요. 교생 중에도 잘 챙겨먹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아침을 꼭 챙겨 먹었으며, 인스턴트와 밀가루를 멀리하고 견과류와 과일, 야채를 자주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연스레 3키로가 빠지더군요. 어쨌거나 미래의 모든 후배 교생들에게 파이팅을 전합니다. 즐거운 교생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