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강해인/영어영문학과
교생실습은, 교사의 길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론, 한 달 만의 실습으로 내가 교사로서 얼마나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사람인가를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교사가 된 내 모습은 어떨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실습이 시작하기 전, 사실 나는 그렇게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요즘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사실 그렇게 예쁘고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실습 첫 날, 교실 앞에 서서 아무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이 왔으니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예상과는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도 너무 어색했고,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막막했다. 첫 째 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다음날, 학생들과 어떻게 해서든 빨리 친해져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반 명렬표를 보며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38명이나 되는 학생들 이름이 한 번에 외워지지는 않았지만, 반에서 아이들을 볼 때마다 명렬표와 일치시켜 보면서 이름을 외우니 생각보다 빨리 외울 수 있었다. 이름을 외우고 나서부터는 한결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수월했다. 이름을 불러주면, 아이들이 놀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았다.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주는 것이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김춘수의 시처럼,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그 사람이 비로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 주 정도가 지나자 학생들과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교실에서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교문지도를 하고 있으면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가는 학생들이 있어서 즐겁게 하루를 시작했고,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에게 배식을 해주면서 보다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반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특성, 관계를 파악해가면서, 뭔가 심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불안정해 보이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뭔가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거나 부모님들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만나볼 수 없었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방과 후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언제든 오라고 했지만 스스로 찾아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분명 누군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테지만 쑥스러워서, 아니면 아직은 내가 어려워서 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담을 해 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되었든, 5월 한 달은, 학생이 아닌 ‘선생님’의 입장에서 학교라는 공간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다. 학생일 때의 학교와 선생님일 때의 학교는 너무나도 다른 공간이었다. 학생일 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선생님일 때는 다 보이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실습이 끝나고 열흘이 지난 지금, 여전히 그 교실 속에서 시끌벅적 떠들고 있을 생각하니, 보고 싶기도 하고, 내 존재를 잊고 너무 잘 지내는 아이들 모습에 서운하기도 하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는 곧 지워져 버릴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처음으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줬던 4반 아이들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인연이 된다면, 진짜 선생님과 제자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