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육봉사 후기/김인진/영문학과
★ 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육봉사 후기★ 영문학과 김인진 교육 소양부분과 관련해서 교육 봉사 60시간을 ‘채워야한다’라는 계속해서 상기하면 어쩐지 내가 기꺼이 시간을 내야하고 번거롭고 강요받는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것은 내가 제일 처음에 느꼈던 감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돌아와 생각해보면 추운 겨울의 손 시린 교실에서, 더운 여름 오가는 땀방울 통해서, 사소했던 학생들과의 농담에서, 그 학교에서 지도해주셨던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봉사기간이 끝날 때 학생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에서 나는 60시간 그 이상의 것을 ‘채우게’ 되었다. 처음 40시간은 창용 중학교에서 두 번의 겨울을 걸쳐 봉사를 했다. 처음 20시간 채운 겨울은 특히나 추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내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한다는 행정방침 때문에 마음 같아선 히터를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공부하고 싶었다. 폭설이 쏟아 졌던 그 해 겨울에, 하루에 3시간 남짓 되는 나와의 영어 수업을 듣기 위해서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 코 빨개져서 걸어왔을 생각을 하면, 지금도 너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그 때 가르쳤던 아이들은 영어 기초 지식 차이를 많이 보이는 학생들이였다. 이 중에 한 명 모르는 것이 많았던 학생이, 쪽지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선생님, 제가 모르는 게 많아서 죄송해요. 아,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한데 제가 틀려서 염치가 없어요.” 라며 나한테 다가왔다. 과외나 학원 아르바이트 외에도 여러 봉사로 가르치는 것을 해본적은 많지만, 학생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은 없었다. 다들 자기가 못하면 시간이 없어서, 피곤해서, 선생님이 못 가르쳐서, 학원이 싫어서, 혹은 엄마가 시켜서라는 핑계 내지는 투덜거림은 들어봤지만, 가르쳐 준 선생님에게 ‘앎’으로 보답하지 못한다는 것에 죄송스러워 하는 학생이라니. 반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등수를 가진 친구 두 명과 말은 하지 않아도 기에 눌려있었을 학생의 부담은 얼마나 컸을까. 이 말을 듣고 내가 정말 어쩔 줄 모르고 ‘정원아 그게 무슨 소리야. 절대 그런 생각하지마! 알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선생님은 네가 너무너무 예뻐’ 이 말 말고도 놀란 맘에 몇 마디 더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만큼의 충격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버릇이 없고, 이기적이라고 내가 너무 크게 염려하고 마음을 덜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거지, 똑똑한 선생님이 되면 그걸로 끝이지 않나? 하고 생각했던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게 여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예쁜 마음, 여린 마음의 학생이 내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 뒤로 팔달 초등학교에서 봉사 활동을 할 때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수업 내용을 잘 알려주면 돼’ 보다는 학생을 잘 살펴야해, 학생의 마음이 가장 중요해 라는 나름의 교육철학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고 나니 학생들의 동심이 보였고, 숨은 그림 찾기처럼 숨겨놓은 학생들 나름의 표현법이 보였다. 부끄러울 때, 관심이 받고 싶을 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등과 같이 말이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올 수 도 있지만, ‘인정’받고 싶어서 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내용 중심의 교육을 넘어서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서 잘은 모르지만 분명 더 가치 있고 숲을 바라보는 교육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값진 60시간 이었다.